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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酒유천하-경북의 술을 찾아서 1] 문경 ‘오미로제’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6-01-01 12:35
조회
2758
http://www.yeongnam.com/mnews/newsview.do?mode=newsView&newskey=20130111.010390814520001

오미자로 만든 스파클링 와인…프랑스 요리문화재의 혀도 놀랐다



2012년 3월27일 저녁 서울 신라호텔.

세계핵안보정상회의에 참석한 세계 35개국 정상들이 이명박 대통령이 주최한 특별만찬장에서 담소를 나누고 있다. 한식의 대표 메뉴인 봄나물 비빔밥과 함께 게살로 속을 채운 두부찜, 숯불 갈비구이, 살얼음 홍시와 오미자차 등의 메뉴로 저녁식사가 준비되는 동안 이 대통령이 각국 정상들에게 건배를 제의했다.

건배를 위해 정상들의 손에는 매혹적인 장밋빛을 띤 와인이 들려있다. 한 모금씩 와인 맛을 본 정상들은 모두 감탄을 금치 못했다. 정통 와인을 생산한다는 말조차 들어보지 못한 한국에서 한국의 토종원료로 만들었다는 와인이 향과 색상, 맛, 느낌 등에서 최고급 와인에 전혀 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와인이 세계정상급 명주반열 진입을 꿈꾸고 있는 오미자 스파클링와인인 ‘오미로제(OmyRose)’다.



◆ 이종기 대표의 ‘집념의 물방울’

오미로제는 문경에서 탄생했다.

문경시 가은읍 하괴리 <주>JL크래프트 와이너리 이종기 대표(57)가 5년간의 연구와 실험을 거쳐 마침내 오미자로 정통와인을 만드는 데 성공했고, 2011년 3년숙성의 오미로제가 출시됐다.

오미로제가 만들어지기까지 이씨는 기나긴 여정을 거쳐야 했다. 1990년 스코틀랜드 헤리옷 와트 대학원에서 양조학을 공부하던 이씨는 주임교수가 주최한 파티에 참가했다가 굴욕을 당한다.

각기 자기나라의 대표명주를 들고 참석한 이 파티에서 이씨가 들고간 인삼주를 맛본 주임교수는 “허브향이 있기는 하지만 이 술은 조미료맛이 지배적이야”라며 악평을 한다. 인삼주를 담근 소주의 인공감미료 탓이었다.

특히 프랑스 여학생이 가져온 스파클링 와인에 매혹을 느낀 이씨는 이날을 계기로 세계적인 명주를 만들고야 말겠다는 굳은 결심을 했다.

한국에 돌아온 이씨는 개인연구소를 차리고 온갖 원료로 양조실험에 나섰으나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우리나라에는 양조용으로 재배되는 곡물이나 과일 자체가 없었던 것이다. 이때 만난 것이 문경오미자였다.

2006년 어느날 드넓게 펼쳐진 문경의 오미자밭을 본 이씨는 오미자를 양조원료로 한 명주의 개발가능성을 찾았고, 본격적인 오미자와인 개발에 들어갔다.

한경대 교수이기도 한 이씨는 어릴때부터 한약방을 하던 외할아버지 덕분에 오미자를 알았고, 양조전문가가 되면서 오미자로 와인을 만드는 시도를 수차례 했으나 모두 허탕만 쳤다.

오미자는 자체에 방부제 역할을 하는 성분이 많이 들어있기 때문에 발효가 어렵다. 발효가 되지 않으면 효모가 살지 못해 숙성이 되지 않고, 이는 곧 술로 만들 수 없다는 뜻이다.

결국 와인의 본고장에서 해답을 찾기 위해 프랑스로 날아간다. 이씨는 스파클링 와인의 메카인 샹파뉴에 아홉 번이나 다녀왔다. 하지만 샹파뉴의 연구소에서도 두손 들고 말았다. 원료만 가져오면 와인을 만들어주겠다고 장담을 하던 연구원들이 막상 오미자를 들이대자 균주를 만들지 못하고 포기하고 말았던 것이다.

그러다 2008년 기적같은 일이 일어났다. 수없는 실패 끝에 드디어 특별한 발효균주를 찾아내는 데 성공했고, 스파클을 만들어내는 기술과 압력손실없이 찌꺼기를 제거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세계에서 단 하나뿐인 오미자와인이 탄생한 것이다.





◆ 스파클링과 스틸 두 종류 생산

JL크래프트에서 생산되는 오미자와인은 두 종류. 흔히 샴페인으로 알려진 스파클링와인과 스틸와인이다.

오미로제라는 상표로 출시되는 스파클링와인은 향긋하면서도 톡 쏘는 듯한 스파이시향의 섬세한 버블이 코를 자극하는 정통 기법의 고급와인이다.

오미로제에 대한 평가는 와인의 본고장인 유럽에서 제대로 받았다. 지난해 10월 프랑스에서 열린 파리 식품박람회에서 오미로제를 맛본 우리나라의 요리명장과 같은 프랑스 요리 무형문화재인 에릭 트로송은 “프랑스 최고급 요리인 푸아그라(거위간요리)와 환상적인 조화를 이룬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세계적인 와인 전문가들로부터 호평을 받으며 지난해 11월 드디어 첫 수출길에 올랐고 각국 대사관에서도 주문이 잇따르고 있다. 현재는 우리나라의 모든 국제행사 공식 식전 와인으로 제공되고 있다.



오미자와인이 포도와인보다 나은 점은 색상이나 스파이시향 등에서도 월등하지만 숙취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이종기씨는 “와인 한병을 통째 마셔보면 숙취의 차이를 느낄 것”이라며 포도즙은 발효시 숙취성분이 발생하지만 오미자는 전혀 그러한 성분이 없다고 설명한다.

오미로제의 매운 듯한 스파이시향은 육류와 특히 잘 조화를 이룬다. 문경약돌로 만든 한우육회가 대표적인 찰떡궁합 음식이라고 추천한다. 스파이시향이 고기의 비린내를 향기롭게 만들기 때문이다.

약돌한우는 문경지역에서 생산되는 거정석 분말을 사료에 섞어 먹여 키운 한우다. 육질이 뛰어나고 고기의 비린 맛이 적은 것이 특징으로 약돌돼지와 함께 문경의 대표적인 육류브랜드다. 페그마사이트인 거정석은 예로부터 문경지역민들이 응급처방 약으로 사용하던 돌로, 현재는 가축 사료와 농사용 천연 첨가제 등으로 쓰인다.

다른 와인이 약간 싱겁게 느껴지는 것과 달리 오미로제는 간이 맞으면서도 신맛이 많이 느껴진다.

이탈리아의 소믈리에 양성교수도 오미로제를 마신 뒤 “신맛이 탁월하고 이는 어떤 와인도 흉내낼 수 없는 오미로제만의 특성”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와인의 신맛은 다른 음식과 잘 조화가 되도록 만드는 역할을 한다. 이 때문에 스파클링와인이 보통 식전주로 쓰이지만 오미로제는 메인요리에 곁들이거나 디저트와인으로도 훌륭하다는 것이 프랑스와 스위스 등 와인 본고장 셰프들의 평이기도 하다.

■ 오미로제 개발 이종기 대표
토종원료로 정통기법 와인 첫 제조
“문경을 한국의 샹파뉴로 만들겠다”



“향긋하면서 스파이시한 香”
“흉내낼 수 없는 신맛 탁월”
세계적 전문가들 잇단 호평
작년 11월부터 유럽 수출길
문경 약돌한우 육회와 궁합


오미로제를 개발한 이종기 <주>JL크래프트 대표는 세계최고 명주를 꿈꾸는 와인마스터다. 국산 1호 위스키를 개발한 장본이기도 한 이씨는 서울대 농화학과를 졸업한 뒤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의 헤리옷 와트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하고 경희대 대학원에서 한방 생명공학 박사과정을 마친 양조전문가다.

1980년 맥주회사를 시작으로 26년간 ‘술’ 만드는 회사에서 일했다. 술이 좋아 2005년 충주에 술박물관 ‘리쿼리움’을 세웠고, 2008년 우리술연구소를 만들기도 했다. 자신의 ‘술’에 관한 지식을 후학들에게 나눠주기 위해 2007년부터 영남대에 출강을 했고, 2010년부터는 한경대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그가 개발한 술로는 ‘패스포트’ ‘썸씽스페셜’ ‘윈저17’ 등 잘 알려진 것만도 10여종이다. ‘술을 알면 세상이 즐겁다’ ‘이종기 교수의 술 이야기’ 등 ‘술’에 관한 책도 5권이나 쓸 정도로 우리나라 최고의 술 전문가로 꼽힌다.

문경오미자를 만나면서 우리나라에서 한국 토종원료로 정통기법의 첫 와인을 만든 이씨는 두 가지 ‘욕심’이 있다.

첫번째는 당연히 세계 최고의 명품술을 만드는 것이다. 중국의 마오타이나 일본의 사케를 능가하는 오미자술을 개발해 보급하는 일이다. 오미자술을 증류해 알코올도수가 65도이면서도 아주 부드러운 맛을 내는 술도 벌써 만들어 보았다.

두번째는 문경을 오미자천지로 바꾸는 꿈이다. 고속도로 인터체인지에서 문경으로 들어서면 온통 들판이 오미자로 뒤덮인 문경을 만들고 싶다고 말한다. 이렇게 되면 외국의 어느 와인 산지보다 나은 세계 최고의 관광지로 꼽힐 것이라고 장담한다. 농업소득으로 와인제조만큼 부가가치가 높은 것이 없기 때문에 어려운 일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이씨는 올해 문경새재 입구에 오미자와인 전시관과 시음장을 만들 계획이다.

“한약재에서 자(子)가 들어가는 오미자는 복분자, 구기자 등과 마찬가지로 남자들에게 좋지만 직접 홍보하기는 뭣하다”는 이씨는 “오미자는 씨, 껍질, 줄기 등 하나도 버릴 것 없다”고 칭찬하는 오미자 예찬론자이기도 하다.

글·사진=문경 남정현기자 namun@yeongna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