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이츠의 드링킹 송

호수의 나라 아일랜드 사람들은 스코틀랜드 사람들처럼 유순하고 소박하다.

켈트족의 후예인 이들은 잉글랜드의 앵글로색슨족에 밀려 항시 침공을 받았다.

그래서인지 이들의 정서에는 한과 인생의 애절함이 깃들어 있다. 아일랜드의 민요를 들으면 우리나라 아리랑 같은 느낌이 든다.

 

 

아일랜드인들은 한의 역사 속에서 술과 친숙하게 지내온 것 같다.

 

아일랜드는 흑맥주로 유명한 기낵스 맥주의 본고장이다.

또한 아일랜드는 스코틀랜드와 함께 위스키가 탄생된 곳인데 문헌상으로는 아일랜드의 수도원에서 위스키를 최초로 증류한 것으로 되어 있다.

 

 

 

그들은 어려운 현실 속에서도 한 잔의 술로 낭만을 노래했으니, 20세기 전반 영문학사의 거장인 예이츠를 배출했다.

 

아일랜드의 대표 시인이며 극작가인 예이츠는 켈트 문학의 정수를 보여주고 있다.

 

필자는 대학 1학년 때 기숙사 방문에 걸려 있던 예이츠의 드링킹 송을 아직도 암기하고 있다.

 

 

와인은 입으로

사랑은 눈으로

우리가 늙어 죽기 전에

알아야 할 진실은

그것뿐

나는 잔을 들고

그대를 바라본다.

그리고 한숨짓는다.

 

시를 번역하기란 아주 어렵다. 원래 언어가 가진 운율을 옮길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시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얼마나 함축적이며 깊이가 있는 시인가?

 

눈빛에서 사랑을 알 수 있고 술을 마심으로써 진실을 이야기할 수 있다는 시이다. 모든 것이 유한함을 느끼며 안타깝게 한숨쉬는 것이 인생이란 내용이다.

 

 

예이츠는 더블린에서 태어나 아버지의 영향으로 화가 수업을 받았다.

 

성장해서는 시인으로 전향하였는데 주로 낭만과 신화적인 심상을 그렸다.

아일랜드의 구릉과 호수, 흐린 하늘과 낮은 구름, 호숫가의 두꺼운 돌 담집, 들꽃에 잉잉거리는 벌들이 연상되는 이니스프리의 호도는 마치 우리나라의 시골 풍경과 흡사하다.

 

이런 조국에의 사랑이 그의 문학 전반에 나타나 있다.

그는 아일랜드 문예 부흥운동에 전념하여 독립 정신을 고취하였다. 1923년 노벨 문학상을 탄 그는 아일랜드의 민족 문학가로 숭앙을 받았다.

 

 

 

아일랜드는 북위 40∼50도 사이에 있으나 해양성 기후로 온난하다.

그리하여 맥주나 위스키의 주원료인 보리가 풍부하다. 또한 사계절 내내 호수와 강에 물이 그득해 양조에는 천혜의 조건을 갖고 있다.

비 내리는 날이 많고 겨울이 길어 그들은 술을 많이 마신다.

 

아일랜드에 술 문화가 발달된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한 잔의 술을 마시면서 예이츠의 드링킹 송을 암송하며 인생의 신비와 덧없는 시름을 달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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