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서민의 친구, 소주

우리나라와 일본의 소주는 세계적인 정통 증류주의 분류에는 속하지 않는 지역적 증류주의 일종이다.

세계적인 정통 증류주들은 천연 원료 이외의 성분을 첨가하지 못하도록 되어 있으나 우리나라의 소주에는 상당량의 인공 조미료가 들어간다는 점에서 차이가 난다.

우리나라의 소주는 일본식 희석식 소주를 본딴 것이다.

1965년 정부가 식량 확보 차원에서 곡류로 소주를 제조하지 못하도록 금지한 이후 고구마, 타피오카(열대에서 나는 값싼 전분) 등을 발효시켜서 주정을 만들고 이것을 희석하여 소주를 제조하였다.

60년대에는 소규모 소주 업체가 전국에 산재해 있었는데 점차 정리되어 80년대에는 각 도에 하나씩 남게 되었으며, 경영의 어려움을 겪은 업체들이 대형주류제조사에 인수되는 등의 굴곡의 시기를 겪기도 하였다.

 

지역별 소주

 

지역별 소주의 시장 점유율을 적당한 수준에서 나누어 갖고 경쟁을 자제하고 있으나 이러한 구도는 보해의 무사카린 소주를 시발로 깨지기 시작하였다.

희석식 소주에는 감미료 등 수십 가지의 조미료(술의 2% 이내)가 들어간다.

 

이들 조미료의 종류는 주세법에 예시되어 있는데, 1988년 주세법의 개정으로 소주의 첨가물료의 범위가 넓어졌다.

이때를 기하여 보해에서는 무사카린 소주를 내어 기존의 사카린 소주와 차별화하였다.

당시 사카린이 발암 물질이라는 논란이 일고 있어서 차별화 전략에 성공할 수 있었다.

이에 맞서 금복주에서 무사카린 알칼리 소주를 개발하였다.

이후 모든 소주 업체는 신제품을 개발하였는데 사카린 대신 아스팜탐, 스테비오 사이드, 설탕, 꿀 등으로 대체하면서 제품의 차별화를 시도하였다.

 

 

소주 업계의 신제품 전쟁은 경월의 ‘그린’ 소주가 대히트를 치면서 본격화되었다.

1965년 희석식 소주가 나온 이래 30년 간 소주는 톡 쏘는 것으로 인식되었으나, 그린은 이런 개념을 뒤엎는 부드러운 소주였다.

그린 소주는 주정을 활성탄으로 처리하여 맛을 순화시킨 것이다.

여기에 가세하여 꿀이 첨가된 고급 소주 김삿갓과 곰바우가 새로운 부류를 형성하게 되었고, 진로에서는 오크통에 담아 몇 개월 저장한 증류식 소주를 1~2% 섞은 참나무통 맑은 소주를 개발하였다.

이후 지방 소주업체들이 15~23도 소주를 앞다퉈 개발하면서 주류업계에 저도주 바람이 불었다.

출처 : hani.co.kr

 

1998년 진로는 23도 소주 참이슬을 내놓으면서 국내 소주시장 점유율의 절반을 넘어서기도 하였으며 2006년에는 두산주류(현 롯데주류)는 20도 ‘처음처럼’으로 여심을 파고들어 인기를 끌기도 하였다.

이렇듯 소주는 끊임없는 제품의 개발로 신제품 전쟁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우리나라 희석식 소주는 향과 맛이 담백하여 고기류나 찌개류의 안주에 잘 어울린다. 또한 주세가 매우 낮아 세계에서 가장 싼 증류주이다.

1996년 우리나라의 소주 판매량은 약 8천 8백만 상자(상자당 9리터)로써 이를 순 알코올로 환산했을 경우 국민 1인당 4.6리터(2홉들이로 56병)의 알코올을 섭취한 셈이 된다.

이것은 우리 국민의 전체 알코올 섭취량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양이다. 따라서 소주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주된 알코올 섭취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희석식 소주와 달리 우리나라의 전통 소주는 쌀, 보리 등의 곡류를 원료로 하며 누룩을 사용하여 당화 발효시킨 막걸리를 소줏고리(재래식 증류기)로 증류한 술이다.

이 술은 향이 강렬하고 톡 쏘는 맛을 갖추고 있어서 숙성시키기 이전의 위스키와 유사하다. 유명한 전통 소주로는 안동 소주가 있다.

 

 

1991년 주류의 제조에 관한 규제가 완화되면서 증류식 소주가 다시 생산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 소주는 개량식 감압 증류기를 주로 사용하며, 전통식 소주와 희석식 소주의 중간 정도의 향미를 지니고 있다.

 

 

아구아덴트(Agurdente)

* 아구아덴트(Agurdente)

몇몇 나라에도 이와 비슷한 증류주가 있지만 비교적 값이 싸다.

러시아의 보드카는 세계적인 기준의 품질을 확보하고 있는 반면, 이름은 보드카이지만 값싸고 저급인 술이 있다.

브라질에는 아구아덴트(Agurdente)라는 값싼 증류주가 있다.

 

 

라키(Raki)와 애니스(Anis)열매

* 라키(Raki)와 애니스(Anis)열매

터키에는 라키(Raki)라는 이름의 증류주가 있는데 이것은 미나리과의 애니스(Anis)열매를 주원료로 한 것이다.

 

 

손쉽게 만들 수 있는 술, 다양한 침출주

서양에 칵테일이 있다면 동양에는 침출주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원나라 때 중동지역으로부터 소주 내리는 법이 전파된 이후 동양 각지에서는 각종 약재를 알코올에 담가 약주를 만들거나 또는 향미 식물을 이용하여 술맛을 낸 미주(美酒)를 빚었다.

 

일반적으로 알코올 농도가 20%를 넘는 술은 강력한 방부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증류주에 원하는 재료를 넣어서 재어 두면 여러 가지 성분이 우러나 다양한 술맛을 낼 수 있다.

특정한 약효를 지니혹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향이나 맛을 내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침출주의 재료가 될 수 있다.

 

 

담그는 방법도 아주 수월하다. 재료를 깨끗이 씻어서 물기를 말린 다음 소주나 보드카 등의 증류주에 넣어 3개월 이상 저장하면 된다.

각 가정의 진열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인삼주는 대표적인 침출주이다.

인삼주와 같이 식물의 뿌리를 원료로 하는 침출주로는 더덕술, 칡술, 생지황술, 당귀술, 우슬술 등이 있다.

이 가운데 칡술은 위장에 좋고 우슬술은 신경통에 좋다고 알려져 있다. 다른 침출주들도 약효와 맛을 겸비하고 있어서 많이 음용된다.

 

뿌리로 만든 침출주는 곰팡이 냄새(musty flavor)가 나기 때문에 향과 맛이 텁텁한 게 흠이다.

뿌리로 침출주를 담그는 경우에는 향료 식물을 약간 가미하는 것이 향과 맛을 내는 데 도움이 된다.

 

 

열매나 잎 등으로 담근 술은 종류가 매우 다양하다.

매실주, 머루주, 다래주, 대추주, 민들레주, 국화주, 창포주, 계피주, 배술, 앵두술, 살구술, 찔레술 등 이루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이다.

이들 재료들은 대부분 많은 수분을 함유하고 있어서 침출 이후의 알코올 농도가 20% 이하로 내려가지 않도록 양을 적절히 조절해야 부패를 방지할 수 있다.

 

 

침출주의 원료로는 동물성도 많이 쓰인다. 징그러운 뱀술이나 지네술을 비롯하여 호골주, 녹용주 등이 유명하다.

이중 지네술은 허리병에, 녹용주는 허약체질에 효험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산 호골주는 뱀술과 함께 강장제로 알려져 있으나 실제로 효과가 있는지는 확인되어 있지 않다.

동물성 침출주는 특유의 비린내가 나므로 이를 없애기 위해 식물성 향재를 함께 넣는 것이 좋다.

 

 

세계화의 물결을 따라 지구촌 각지의 술이 물밀듯이 들어와 자칫 우리의 것에 대한 정체성(identity)을 찾기 어려운 오늘날 자기만의 비법으로 침출주를 만들어 보는 것도 의미있는 일일 것이다.

자기 취향에 맞는 재료를 이용하여 나름대로의 향, 맛, 색깔을 내는 침출주를 담가 지인과 함께 한 잔 한다면 술꾼의 낙으로 이만한 것이 있을까 싶다.

 

 

과일주 담그기

과일주 담그는 법

예로부터 과일의 감미로운 향기를 술에 담아보려는 노력은 끊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포도처럼 과즙 자체가 알코올 발효의 원료가 되는 것은 거의 없다.

대부분의 과일은 씨방이나 껍질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서 그대로 술을 담그기에는 부적합하다.

그런 과일들을 으깨어 술을 만들 경우 속씨나 껍질의 성분이 술맛을 버릴 수 있다.

또한 발효를 잘 시키기 위해서는 면밀한 주의가 필요하므로 가정에서 과일주를 양조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른다.

 

 

이런 문제를 자연스럽게 해결하는 방법이 바로 주정(소주)을 이용한 침출식 과일주 제조 방법이다.

주정에 원하는 과일을 넣어 침출시킨 대표적인 과일주는 매실주이다. 매실은 여름 과일이나 가을 과일은 종류가 매우 많다.

 

 

필자의 경험에 의하면 양질의 향미를 지닌 침출 주는 다래주와 모과주이다.

 

다래와 모과

다래는 머루와 함께 산중미를 지닌 과일로 여겨져 왔는데 다래주의 맛은 참으로 권장할 만하다.

모과는 생김이 투박하여 과일전 망신을 홀로 시킨다는 옛말이 있으나 그 향기는 백과의 으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모과주는 가정에서 가장 인기 있는 침출주의 하나이다.

 

 

그러면 과일주를 어떻게 담가야 제 맛이 날까. 우선 신선한 과일을 구입해야 할 것이다.

다래는 녹익으면 무르게 되는데 무르지 않은 다래가 좋다. 모과는 단단하지만 썩기 쉽다.

따라서 약간 덜 익은 과일이 좋다. 침출에 쓰는 술은 증류주면 모두 가능하지만 값싸고 비교적 향미가 적은 소주가 적당하다.

 

술을 담을 때 가장 조심해야 할 것은 술과 과일의 비율이다. 과일을 너무 많이 넣어서 알코올농도가 10% 미만이 되면 식초가 되는 수가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소주 1.8ℓ에 과일 무게가 2kg 이하로 담그면 별 문제가 없을 것이다.

 

용기는 유리 항아리나 자기가 좋다. 뚜껑은 면으로 된 천을 덮은 후에 닫아 약간의 공기가 통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다.

장소는 그늘지고 신선한 곳이 좋은데 온도가 높으면 과일이 짓무르기 쉽기 때문이다. 단맛을 선호하는 취향이라면 약간의 설탕이나 꿀을 넣어도 좋다.

보름 이상 되면 색깔이 우러나기 시작하며 2개월 이상 되면 따라 마셔도 좋다. 술은 과일의 향기과 과육의 맛으로 마시기에 부드럽게 변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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