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운 여름날이나 격렬한 운동을 한 후 갈증이 날 때 시원한 맥주 한잔을 들이키면 몸이 가벼워지고 사뿐히 날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된다.
원래부터가 맥주는 상쾌한 청량감을 주는 술이므로 마실 때의 조건을 잘 맞춰 주면 더욱더 제 맛을 느낄 수 있다.
맥주의 신선도를 유지하는데 가장 중요한 조건은 온도이다.
맥주의 온도가 너무 낮으면 맥주의 향미 성분을 제대로 음미하기 힘들고, 온도가 높아지면 맥주의 청량감이 감퇴한다.
맥주 속에는 탄산 가스가 포화되어 있는데 온도에 의해 방출 속도가 달라진다.
알맞은 온도에서는 탄산 가스가 서서히 방출되어 마실 때 기포가 입안과 목구멍을 적당히 자극하여 청량감을 낸다.
일반적으로 마시기에 좋은 온도는 4~10°C 이다.
맥주를 보관하다 보면 간혹 어는 수가 있는데 이때는 맥주 속에 있는 소량의 단백질이 응고되어 혼탁을 일으킬 뿐만 아니라 녹여서 마셔도 제 맛이 나지 않는다.
따라서 냉장 온도를 잘 지켜야 한다.
같은 생맥주라도 어느 주점에서 마시냐에 따라 다른 맛이 난다.
이것은 그 집의 위생적인 관리를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
특히 냉장시킨 청결한 잔에 맥주를 따라 마시면 훨씬 맛이 상쾌하다.
덜 닦인 잔에 맥주를 따르면 잔에 묻어있는 기름기나 때가 거품을 사그라뜨리거나 미묘한 향을 변질시키기 때문이다.
맥주를 잔에 따르는 방법에 의해서도 맛이 달라질 수 있다.
맥주가 잔 바닥에 세게 부딪히면 거품이 심하게 일고 탄산가스와 향기가 손실된다.
따라서 맥주를 따를 때는 맥주가 잔의 벽을 타고 흘러내리게 해야 한다.
즉 처음에는 잔을 기울였다가 액이 잔이 고이는 정도에 따라 잔을 수직으로 세우면 된다. 이러함 세심함이야 말로 맥주를 즐기는 멋이라 할 수 있다.
술을 즐기는 데는 모름지기 오관이 다 동원되어야 한다.
맥주의 기포가 황금색 액체에서 솟아올라 흰 거품을 이루고 어느새 잠잠해지는 모습을 보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다.
술자리를 같이한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드는 맥주는 생을 풍요롭게 하는 묘약이라 아니할 수 없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조급하기가 세계 제일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특히 술을 마실 때의 조급성은 두렵기까지 할 정도다. 연간 마시는 술의 양은 그다지 많은 양이 아니어도, 한자리에서 빨리 마시는 양은 단연코 다른 나라 사람들의 추종을 불허한다.
왜 같은 돈을 내고 귀중한 시간을 소비하면서까지 이토록 헛된 짓을 하는지 안타깝다.
맥주는 상큼한 호프 향기, 호박색의 맑은 휘도와 흰 거품, 맥주 속에서 용솟음치는 기포, 그리고 쌉쌀한 맛과 목으로 넘어갈 때의 시원함에 다 마시고 나면 적당한 포만감까지도 제공해 주는 술이다.
이런 오감의 즐거움을 천천히, 골고루 만끽할 수 있어야 맥주를 제대로 마신다 할 수 있을 것이다.
맥주를 맛있게 마시기 위해서는 맥주의 온도를 적정하게 유지하는 것, 마실 때 쓰는 용기를 깨끗하고 신선하게 유지하는 것, 그리고 인간의 모든 감각 기관을 골고루 이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명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