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와인 – 보르도(Bordeaux)와 부르고뉴(Bourgogne)
와인에 대해서는 문외한이라 할지라도 보르도나 부르고뉴가 프랑스의 와인 명산지라는 사실 정도는 알고 있을 것이다.
보르도나 부르고뉴는 명성에 걸맞은 뛰어난 자연 조건을 지니고 있다.
이들 두 지역은 공히 수확기에 일조량이 많으며, 배수가 뛰어난 사력질 토양을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기후와 토양 조건은 포도와 와인의 품질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한 예로 부르고뉴산 포도의 주품종인 ‘피노 누아’는 부르고뉴 지방에서는 세계 최고의 와인을 생산하지만, 미국에서 재배된 피노 누아로 제조된 와인의 품질은 형편없는 수준이다.
보르도와 부르고뉴 지방에는 샤토(Chateau)가 잘 발달되어 있다.
샤토란 원래 성곽이나 장원의 대저택을 말하는 용어이나 오늘날에는 와인과 관련하여 포도원을 뜻하는 말로 쓰이고 있다.
프랑스의 원산지 표기법(A.O.C)에 의하면 샤토는 일정 면적 이상의 포도원으로서 와인의 제조와 저장 시설이 완벽하게 갖추어진 곳을 의미한다.
보르도 지방에는 약 3,000여 개의 샤토가 있다.
역사가 깊은 샤토에서는 성곽과 조화를 이룬 아름다운 포도원이 관광객의 발길을 멈추게 한다.
보르도 지방의 유명한 지역으로는 지롱드 강을 끼고 있는 메독(Medoc)을 비롯하여 그라브(Graves), 소테른느(Sauternes), 포메롤(Pomerol), 생떼 밀리옹(Saint Emilion) 등이 있다.
메독(Medoc)은 세계 레드 와인의 심장부라고도 할 수 있다. 약 3,000만평에 달하는 포도원에서 연 500~700만 상자의 레드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메독의 와인은 숙성초기에는 타닌 함량이 높으나 숙성이 진행됨에 따라 그윽하고 기품이 있는 향미를 발산하여, 완벽한 레드 와인이라는 찬사를 얻고 있다.
1855년에 정해진 그랑 크루 클라세(Grand Cru Classe)는 오늘날까지도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데 최고의 명문으로는 역시 메독의 샤토 마고(Margaux), 샤토 라피트 롯쉴드(Lafite-Rothschild), 그리고 샤토 라투르(Latour) 등이 손꼽히고 있다.
그라브(Graves)는 영어로 Gravel(자갈)인데 이 지역의 토양이 배수가 잘되는 자갈밭이라는 데서 유래된 이름인 것 같다.
1970년대 중반 이전에는 화이트 와인이 더 많이 생산되었으나 그 이후로는 레드 와인을 더 많이 생산하고 있다.
그라브의 레드 와인은 부드럽고 숙성된 맛이 강하며 화이트 와인은 신선하고 산미가 강하다.
이 지역의 최고 명문으로는 샤토 오브리옹(Chateau Haut Brion)을 들 수 있다.
소테른느(Sauternes) 지역은 뛰어난 화이트 와인을 생산하는 지역으로 이 와인의 품질은 독일의 늦따기 포도로 제조한 와인과 유사하다.
이 지역의 수확기의 기후는 일교차가 매우 심한 편으로 낮에는 햇볕이 강하고 밤에는 이슬이 많이 내리며 아침에는 안개가 짙게 낀다. 그 때문인지 잘 익은 포도에는 곰팡이가 피는데 이 곰팡이가 스위트 와인에 미묘한 향기를 나게 만들어 준다.
소테른느 와인으로는 샤토 디켐(Chateau d’Yquem)이 유명하다.
포메롤(Pomerol)은 연간 30만~40만 상자를 생산하는 조그만 지역인데 와인의 품질이 매우 뛰어나서 가격이 비싼 것이 특징이다.
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와인은 맛이 부드러우며 향이 신선하고 풍부하다.
포메롤의 샤토 페투르스(Chateau Petrus)는 보르도에서 가장 값비싼 와인을 생산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생떼 밀리옹(Saint Emilion)은 풍치가 뛰어나고 좋은 와인을 생산하여 이미 로마시대부터 널리 이름이 알려져 있었다.
이곳에서는 레드 와인만을 생산하고 있다.
생테 밀리옹의 와인은 달콤하고 부드러우며 향긋한 과일향이 강한 것이 특징이다. 유명한 샤토로는 오손느(Ausone)와 슈발블랑(Cheval-Blanc)이 있다.
부르고뉴 지방의 와인과 관련된 유명한 두 가지의 이야기가 있다.
그 중 하나는 최상의 화이트 와인을 만드는 포도로 알려진 샤르도네(Chardonnay)를 가지고 제조하는 샤블리(Chablis)에 관한 이야기이고, 다른 하나는 미국 등지에서 모조가 생산되어 싸구려 와인의 대명사처럼 굳어져 버린 버건디(Burgundy의 영어식 발음)에 관한 이야기이다.
미국의 화이트 와인 생산업자들은 부르고뉴의 샤블리에서 뛰어난 화이트 와인이 생산되는 것을 모방하여 자기들이 생산한 와인의 상표에 ‘샤블리’라는 표기를 많이 붙였다.
또한 비슷한 이유로 레드 와인에는 ‘버건디’라는 상표를 붙였었다.
미국에서 처음 와인을 생산할 당시 품질이 조악하다보니 이런 식으로 모조 상표를 사용하지 않으면 와인이 전혀 팔리지를 않았다.
이렇게 하다 보니 아예 레드 와인은 버건디, 화이트 와인은 샤블리로 불려지게 되었다.
부르고뉴의 A.O.C.급 와인 생산 지역으로는 샤블리(Chablis), 코트 도오르(Cote d’Or), 마코네(Maconnais), 보졸레(Beaujolais) 등이 있다.
코트 도오르(Cote d’Or)는 영어로 황금 언덕(Golden slope)인데 가을 포도밭의 노란 단풍 색깔에서 유래된 것으로, 언덕길을 따라 길게 뻗어 있는 세계적인 와인 산지의 표본이라 할 만한 지역이다.
이곳의 와인 생산량은 메독의 3분의 1 정도인데 해마다 공급이 달려서 예약을 해야만 살 수 있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화이트 와인으로 유명한 코르통 샤를마뉴(Corton-Charlemagne)와 레드 와인으로 유명한 샹베르탱(Cham-bertin)이 있다.
샤블리(Chablis)는 부르고뉴의 여타 와인 산지에서 멀리 떨어져 있으나 예로부터 부르고뉴 와인 단지에 속하는 것으로 분류되었다.
이곳의 와인은 섬세한 신맛과 신선하고 깨끗한 과일향이 특징이며, 이곳은 실로 세계 최고의 화이트 와인 산지로 자리 매김되고 있다.
샤블리의 유명한 포도원으로는 레 클로(Les Clos), 블랑쇼(Blanchots) 등이 있다.
마코네(Maconnais)는 마콩(Macon)시와 붙어 있는 지역으로 와인의 맛은 가볍고 신선하다.
마코네 지역의 와인은 비교적 값이 싼 데 비해 품질은 우수하다. 마콩의 푸이 푸셰(Pouilly-Fuisse)는 품질이 뛰어나고 가격도 비싸다.
리옹(Lyon)시에 인접해 있는 보졸레(Beaujolais) 지역은 부르고뉴 지방 와인 생산량의 60%를 차지하고 있다.
이곳의 토양은 배수성이 그다지 좋지 않아 포도 자체의 아로마는 그다지 좋지 않은 편이다.
그 때문인지 보졸레 지역의 와인 생산업자들을 과감하게 전통적인 방법에서 탈피하여 포도의 품종과 발효 방식을 현대적인 다산성 방식으로 바꾸고, 판매에 있어서도 ‘보졸레 누보(새로운 보졸레)’라 하여 최단 기간 내의 배달 방식을 도입하고 있다.
보졸레의 와인은 기존 레드 와인과 화이트 와인의 특성을 함께 갖추고 있다. 보졸레 지역의 대중 와인은 상표에 보졸레나 보졸레 수페리어(Superieur)로 표기한다.
프랑스의 지명이나 샤토명을 다 안다는 것을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세계 각지로 수출되는 프랑스 와인 가운데서 우수한 품질의 것을 선택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보르도와 부르고뉴의 지명이나 유명한 샤토명 정도만이라도 알아두는 것은 애주가의 필수적인 고려사항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