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술의 역사

중국에서는 기원전 3000년경 누룩을 사용하여 술을 빚었는데, 이는 동양 술의 전형이 되었다.

 

중국 술의 시조에 얽힌 설화에는 우 임금의 딸 의적과 두강 두 인물이 거론되고 있다.

우임금은 기원전 2070년에 중국 최초의 왕조인 하나라를 건설했다.

딸 의적이 향기로운 술을 빚어 우임금께 바치니 우임금이 맛을 보고 후세에 필히 이 술로 나라를 망하게 하는 자가 있을 것이라 말하고 의적과 술을 멀리 했다.

과연 우임금이 걱정한 대로 그의 후예인 17대 왕 걸은 주지육림의 고사를 남기고 하나라를 멸망시켰다.

하 시대의 인물로 알려진 두강은 좋은 샘을 찾아 수수로 술을 빚었다 한다. 오늘날 하남성 여양현에 가면 두강샘 주조전이 있는데, 매년 제를 지내 두강이 술의 시조임을 사실화하고 있다.

  

고대 중국에서는 술의 기능을 병을 치료하고, 노인을 공양하며, 예절을 갖추는 3가지로 보았다.

따라서 술을 귀하고 소중하게 다루었고 토기 항아리 등의 제조도구나 주전자, 술잔 등 음주 도구들이 발전되었다.

  

서민들의 술 황주

증류 방법이 처음 개발된 원(元)나라 이전의 중국의 전통주는 황주였다.

  

황주는 전설상의 국가인 하(夏)나라 사람 의적(儀狄)이 처음 만들었다고 한다. 황주의 색깔은 옅은 갈색으로서 우리나라의 청주와 유사한 양조주이다.

중국 최초의 역사적 왕조인 은나라 시대부터 술이 다량으로 제조되었던 것 같다.

은(殷)나라 마지막 왕인 주(紂)가 못에 술을 가득 채우고 마셨다는 일화에서 주지육림의 설화가 탄생되기도 했었다.

뿐만 아니라 삼국지에 나오는 영웅들이나 당, 송대의 시인 묵객에 이르기까지 중국의 호걸들은 모두가 이 황주의 맛과 멋에 취했던 것이다.

  

유명한 소흥주(紹興酒) 역시 황주의 일종이다.

멥쌀과 찹쌀, 그리고 소량의 밀기울을 섞은 곡물 원료에다 일초, 대회향 등의 약재를 섞어 술밥을 만든 다음 누룩 가루를 버무려서 발효를 시킨다.

이 황주를 독에 넣고 밀봉하여 오래 묵힌 술을 노주(老酒)라 한다.

양조주가 숙성, 저장될 수 있기 위해서는 알코올 농도가 13% 이상 되거나 잡균의 오염이 없어야 한다.

그러나 누룩 가루 자체가 여러 가지 미생물 덩어리이기 때문에 잡균의 오염을 막을 수는 없다.

따라서 노주용의 황주는 보통의 양조주에 비해 알코올 농도가 높지 않으면 안 된다.

  

  

노주 중에서 유명한 것으로는 산냥주(善釀酒)가 있다. 산냥주는 물 대신에 이미 발효된 소흥주를 술밥에 섞는 양조용의 액체로 사용한다.

즉 발효가 완료된 술에 다시 한 번 술밥을 넣어서 발효시키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알코올 농도가 올라가 장기간 보관할 수 있게 된다.

이 과정에서 발효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식초가 되어버리는 것이 다반사이다. 아마도 산냥주를 담그는 데는 특별한 비법이 있는 것 같다.

 

노주의 일종인 자판주(加飯酒)는 딸을 낳았을 때 담궈서 자기 항아리에 밀봉한 채 숙성시키다.

딸이 장성하여 결혼을 하게 되면 신랑집에 예물로 보내는 귀한 술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자판주의 숙성 연도가 20여 년에 이르는 것도 있다.

동양에서도 술을 장기간 숙성하는 오랜 전통이 있었음을 보여주는 예이다.

  

중국은 워낙 거대한 대륙인데다 지역에 따라 다양한 술을 종류가 있으므로 이를 다 알기는 매우 힘든 일이다.

몇 년 전에는 우리나라의 모 재벌이 등소평이 마시는 약술의 제조 비법을 5,000만 달러라는 거금을 내고 사려하다가 거절당했다는 얘기도 있었다.

아마도 약재와 술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 불로장생주였나 보다.

   

 

중국의 증류주 고량백주

 

불과 20년 전만 하더라도 독주(알코올 농도가 높은 술)하면 으레 고량주를 떠올리곤 했었다.

중국집 골방에 앉아서 도토리깍지만한 사기잔으로 그 불같은 고량주를 한 잔 들이키면 자기도 모르게 목구멍에서 저절로 ‘카-’하는 소리가 올라올 정도로 독한 술이었다.

중년 이상의 술꾼이라면 그 거친 고량주 향기와 톡 쏘는 맛에 대한 추억을 간직하고 있을 것이다.

  

  

고량(수수)은 보리와 마찬가지로 싹이 틀 때 당화 효소가 많이 나오기 때문에 술을 만드는 데 아주 좋은 곡물이다.

반면 다른 곡물에 비해 단백질 함유량이 적어서 고량을 원료로 만든 술은 비교적 숙취가 적다.

 

중국에서는 예로부터 고량을 술의 원료로 많이 써 왔다.

이 고량으로 양조하여 증류한 술을 백주(白酒: 빠이주)라고 하는데 아마 무색 투명하기 때문에 그렇게 분류된 듯 싶다.

 

중국술의 증류

중국의 증류주는 항아리에서 숙성되기 때문에 숙성 기간이 아무리 길어도 색이 변하지 않는다.

오크통을 사용하여 숙성을 하는 위스키나 브랜디는 통으로부터 우러난 나무의 색깔이나 목질부의 분해 산물로 인해 맛과 색깔에 영향을 받게 되는 데 비해 백주는 원래 술에 함유되어 있던 성분들의 유기화학적 변화만 일어날 뿐이다.

   

중국의 고량주 증류 방법 중에는 세계 어느 곳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고체 발효법도 있다.

중국 증류주 만드는 과정

신비의 고체 발효법은 물이 귀한 지방에서 고안된 것으로 제조 과정이 매우 과학적이고 경제적이다.

원료인 수수를 분쇄하여 왕겨와 섞고 물을 뿌려서 축축하게 적셔 버무린 다음 시루에 넣고 찐다.

왕겨는 반죽을 엉성하게 하여 찔 때 증기가 골고루 잘 통하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술떡을 식힌 다음 표면에 누룩과 효모가루를 뿌리는데 이것은 메주를 띄우는 원리와 동일하다.

효모가 접종된 술떡을 깊이 2~3m의 갱 속에 묻는데 이것은 발효 온도를 적절하게 유지하는 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기 위해서이다. 발효 기간은 1주일에서 1개월 정도이고, 각 양조장의 전통이나 비법에 따라 달라진다.

 

발효시키는 갱을 발효지(醱酵池)라 부르는데 훌륭한 발효지의 벽이나 흙바닥에는 발효가 잘 일어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미생물의 집단이 형성되어 서식한다.

따라서 새로 발효지를 만들 때는 유명한 발효지에서 흙을 얻어다 바르는 것이 통례로 되어 있다.

  

발효가 끝난 술떡은 시루로 옮긴 다음 수증기로 찌는데 이때 증류용 시루 아래에 새로 버무린 술떡이 담긴 시루를 놓는다.

즉 술떡을 찔 때 나오는 증기를 이용하여 고체 상태로 배양해서 증류시킨다.

알코올은 물보다 비등점이 낮기 때문에 이 증기만으로도 충분히 증류할 수 있는 것이다.

  

여기서 나오는 백주의 알코올 도수는 50~70도로서 바로 원액이 된다.

한 차례의 증류로 이렇게 도수가 높은 술이 증류되어 나오는 것은 중국식 고체 양조법만의 비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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