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군 전쟁을 통해 아랍의 연금술사들로부터 전수된 증류 기술은 프랑스에서는 와인을 증류하는 데 사용되었다.
와인을 증류하여 만든 술이 브랜디이다.
브랜디의 어원을 살펴보면 그 성격이 단적으로 드러난다. 브랜디의 어원은 프랑스어인 Brandewjin(Burnt Wine-즉 구운 포도주)에서 파생된 것이다.
브랜디는 와인(과실주)의 원료가 무엇인가에 따라 포도 브랜디, 사과 브랜디, 체리 브랜디 등으로 구분될 수 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브랜디라고 하면 포도 브랜디를 말한다.
아일랜드나 스코틀랜드에서 위스키가 제조되기 시작한 13세기경부터 프랑스에서도 브랜디가 제조되기 시작했다.
브랜디는 처음에는 수도원에서 약으로 사용되거나 와인이 산폐(산폐)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강화 와인을 만드는 알코올로 사용되었다.
브랜디가 대량 제조되어 널리 애용되기까지는 다음과 같은 에피소드가 있다.
프랑스의 포도 주산지로는 보르도, 부르고뉴, 롱느, 샹파뉴, 꼬냑, 그리고 아르마냑 지방이 손꼽힌다.
영국의 기후는 포도 재배에 그다지 적합하지 않았기 때문에 영국인들은 프랑스나 이탈리아 등지에서 와인을 수입하였는데 17세기 후반 네덜란드의 상인들은 꼬냑과 아르마냑 지방에서 생산된 값싼 와인을 영국으로 수출하였다.
그러나 이 와인들은 보르도 지방에서 수입된 와인의 풍미에 눌려 판매되지 못하고 저장고 안에 대량으로 체화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궁지에 몰린 무역상들은 와인을 증류하여 저장하기로 했다.
처음에 증류한 브랜디는 무색의 거친 증류주일 뿐이었다.
그러나 자작나무나 오크나무로 만든 통에 저장된 브랜디는 색깔과 향과 맛이 기막히게 어우러진 전혀 새로운 술로 변해 있었다.
보르도 지방의 와인에 눌려 기를 펴지 못했던 꼬냑지방의 와인 업자들은 뜻밖에도 브랜디로 명성을 얻게 되었다.
이리하여 꼬냑 지방에서는 와인보다는 브랜디 제조에 힘쓰게 되었다.
요즘 사람들에게는 “꼬냑”으로 일반화 되어있으나 꼬냑은 프랑스의 지방 이름이지만 그 지역에서 생산되는 브랜디가 워낙 유명한 탓에 사람들은 숫제 브랜디를 꼬냑으로 혼동해서 부르고 있는 것이다.
꼬냑에서는 10월 말경부터 발효가 끝난 와인을 증류한다.
꼬냑 증류기는 1,000리터 정도의 전통적인 소형 단식 증류기(pot still)인데 2회 증류해서 알코올 농도 70% 가량의 원액을 얻는다.
모든 브랜디는 위스키처럼 오크통에서 숙성을 시키는데, 꼬냑 지역에서는 흰색 오크나무 통을 사용한다.
꼬냑에 버금가는 브랜디 생산 지역으로 아르마냑이 있다.
아르마냑에서는 반연속식 증류기로 1회 증류를 하는데 알코올 농도는 50% 정도이며 숙성은 검은색 오크나무 통을 사용한다.
브랜디의 품질은 포도와 발효, 그리고 증류솥의 모양 및 숙성 등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따라서 모든 브랜디 원액이 완벽하게 우수한 품질과 특성을 지니고 있다고 볼 수는 없다.
그 때문에 브랜디 제품은 거의가 여러 증류 공장에서 숙성된 원액을 블렌딩해서 제조한다.
브랜디의 등급 (주령 표기)
꼬냑과 아르마냑의 브랜디는 콩트(Compte)라는 단위로 주령을 관리하는데, 전 해의 와인이 완전히 증류되는 매년 4월 1일을 콩트 0으로 표기하며, 1년이 지나면 콩트 1로, 2년이 지나면 콩트 2 등으로 표기한다.
꼬냑과 아르마냑의 모든 브랜디는 최소한 콩트 1 이상 숙성시킨 제품이라야 한다.
트리 스타는 콩트 2 이상이어야 하며 V․S․O․P는 콩트 4 이상이어야 한다. 콩트 6 이상이면 X․O나 나폴레옹(Napoleon)으로 표기할 수 있다.
주령에다 왜 나폴레옹이라는 명칭을 사용하는가 하고 의아해 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나폴레옹은 1811년에 아들을 낳았는데, 그 해의 포도 농사가 대풍작을 이루었을 뿐 아니라, 그 해에 증류한 브랜디의 품질도 특별히 우수했다.
브랜디 제조업자들은 그 해의 풍작과 황태자의 탄생을 기념하면서, 동시에 자기가 제조한 브랜디가 최고급이라는 표시로 상표에 나폴레옹이라는 명칭을 쓰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