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의 알코올 도수 표기
미국이나 영국에서 생산한 술의 알코올 농도는 PROOF로 표기되어 있다.
PROOF가 도대체 무슨 뜻인가? 진위를 가린다는 말인가, 또는 물이 방수가 된다는 뜻인가. 물론 그런 이야기는 아니다. 그러나 이 용어의 탄생 배경을 보면 이해가 될 것이다.
알코올이 농도에 따라 비중이 다르다는 사실을 발견하기 전까지는 알코올 농도를 측정하기란 불가능했다. 물론 알코올 농도가 5% 이상 차이가 나면 냄새나 맛을 보아서도 대충은 구분이 되겠지만 정확한 것이야 알 수 없었을 것이다.
위스키 제조과정에서 알코올 농도의 측정을 통해 공정을 관리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발효가 완료되었는지, 혹은 위스키 증류를 어느 시점에서 중단해야 하는지를 결정하려면 정확한 알코올 농도를 알아야 했기 때문이다.
1700년대 초 스코틀랜드에서는 증류주에 대하여 주세를 부과하기 시작했는데 세리(稅史)와 양조업자 사이에 분쟁이 일어났다. 영국은 일찍부터 종량세 제도(알코올 농도에 따라 주세를 부과하는 제도)를 도입했던 바 과세의 기준이 되는 알코올 농도를 둘러싸고 옥신각신했던 것이다.
당시는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알코올 농도를 측정했다. 100% 순알코올은 비중이 0.79로 물보다 가벼우므로 알코올 농도가 높은 술에는 기름이 가라앉는다. 따라서 기름이 가라앉는 형태를 보고 알코올 농도의 높고 낮음을 추측했다.
알코올은 휘발성이 높아서 끓는 점이 78.5°C라는 것을 이용하여 천에다 일정량의 알코올을 흡수시킨 다음 천이 마르는 시간을 측정하여 알코올 농도를 추정하기도 했다.
또 한 가지 방법은 알코올의 인화성을 이용한 것이다. 화약에 술을 부어서 불이 붙지 않으면 언더 푸르프(Under Proof), 파란색 불꽃이 꾸준히 붙어 있으면 푸르프(Proof), 그리고 화약이 폭발하면 오버 푸르프(Over Proof)라 하였다.
알코올 농도를 시험하는 사람들끼리 화약에 부은 알코올에 불꽃이 타오르면 “이것 봐 알코올 농도가 높다는 것이 증명(Proof)되었잖아.”라고 말한 데서 PROOF라는 말이 생겼다고 한다.
그러나 알코올은 농도가 60% 이상이면 위험물로 분류될 정도로 폭발성이 강한 물질이기 때문에 그런 측정 방법은 대단히 위험한 것이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1802년 영국 정부에서는 확실한 알코올 농도 측정법에 관하여 현상금을 걸고 공모를 했다. 응답해 온 안 가운데 8가지가 선정되었는데 그 가운데 사이키스(Sykes)가 고안한 비중계가 최우수작으로 채택되었다. 그는 알코올이 농도에 따라 비중이 달라진다는 점을 이용하여 오늘날 비중 측정에 쓰이는 비중계를 고안하였다. 그는 영국 정부로부터 상금으로 2,000파운드의 거금을 받았다.
이때 발명된 주정계로 100PROOF를 환산해 보니 알코올 농도가 57.1%였다. 그 이후 국제적인 미터법이 제정되자 영국식 Proof System은 사용이 중지되고 % 단위의 농도 표시법이 일반화되었다.
미국에서는 알코올 농도 50%를 100PROOF로 정하였다. 따라서 미국산 술의 농도는 PROOF 값의 1/2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가령 86PROOF인 미국산 버번 위스키의 알코올 도수는 43%인 것이다. 다 아는 사실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알코올 농도를 도(%)로 표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