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사이먼과 가펑클의 감미로운 「스카보로 페어」가 연상되는 계절이다.
페어(fair)란 시장을 말하는데 농작물을 재료로 해 수공으로 만든 각종 토산품이 매매되는 곳으로 영국을 비롯한 유럽에는 면 단위로 마을마다 큰 광장으로 이루어진 장터가 있다.
오늘날에는 장날이 없어졌으나 장터는 여전히 축제 또는 품평회 장소로 이용되고 있다.
특히 가을철 각종 전람회가 열릴 때는 웬만한 체육관같은 대형 천막들이 쳐지고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면 어디에나 각종 먹거리와 함께 맥주가 등장한다. 삼삼오오 아는 사람들이 만나 담소하며 맥주를 들이키는 데서 장터 분위기 는 고조돼 간다.
이런 풍경은 현대적 유통업이 발달하기 전에는 세계 어디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었다.
유럽사람들은 경쟁을 좋아한다.
애견전람회 새전람회 화초전람회 가축전람회 등 각종 전람회에서 명품을 경쟁시킨다.
이런 전람회중 맥주 전람회도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뮌헨의 “옥토버 페스트 (시월제)”다.
뮌휀의 옥토버페스트 – 시월제
1810년부터 열린 옥토버 페스트는 민속경기와 농산품 품평회로 출발했다.
1백여년이 흐르면서 맥주 페스티벌로 정착된 것은 뮌헨에 있는 수많은 맥주 양조장이 지속적으로 발전한데 따른 것으로 매년 9월 하순에서 10월 상순 사이에 열리는 이 축제는 뮌헨 시장이 맥주로 건배를 제창하면서 시작된다.
이 축제에는 세계 각지로부터 수백만명이 참가하는데 해마다 맥주 소비량은 약 5백만리터에 달한다.
생맥주집에 걸려 있는 독일의 술집 사진을 보면 수천명이 빽빽이 모여 술마시는 광경이 있는데 맥주축제는 이것을 연상하면 된다.
필자는 스코틀랜드 에딘버러에서 8월말 열리는 소규모 맥주축제에 참가한 적이 있다.
사람들은 수십가지 종류의 맥주 케그(30리터짜리 맥주통)에서 맥주를 따라 마시며 음미하다가 나중에는 취해 밴드 소리에 맞춰 흥겹게 춤을 추었다.
맛과 멋 그리고 낭만이 살아 인생을 더욱 즐겁게 하는 유럽의 맥주축제 같은 음주문화의 장이 우리나라에도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