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르도에서 메독으로 들어가는 초입에 고대의 성처럼 서있는 샤토(城) 마뇰 은 메독 와인의 발원지다.
포도원의 규모는 5만평 정도로 자그마한 곳이나 보르도 와인의 역사상 매우 중요한 곳이다.
보르도 최초의 와인 회사 B&G(Barton&Guestier)가 거의 300년간 사업을 해오는 곳이기 때문이다.
남북으로 길게 지어진 샤토의 본 건물은 17세기 초에 개축되었다. 좌우 동서 방향으로는 담이 둘러쳐져 있는데 그 가운데에는 돌로 지은 망루가 있다.
샤토의 동쪽 면에는 정원에 이어 포도원이 펼쳐져 있고 서쪽 면에는 숲이다.
이 샤토의 지하에는 저장고가 있는데 천장이 아치형으로 된 고대 동굴 형태를 하고 있다.
샤토 마뇰 이야기를 하게 된 것은 특별한 사연이 깃든 곳이기 때문이다.
이 건물 밖 정원의 지하에는 또 하나의 저장고가 있다. 이 저장고는 콘크리트로 되어 있는데 육중하기가 예사 저장고와 달랐다.
샤토의 관리자는 사뭇 진지한 태도로 이 저장고의 내력을 이야기해줬다.
1944년 2차 대전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을 무렵이었다. 독일군은 프랑스 전역을 점령하고 보르도에 해군 사령부를 설치하였다.
지롱드 강은 전략적 요충지였고 독일 함대의 지휘함이 잠복해 있었다.
영국군에서는 이 함정을 폭파하기 위해 10명의 특공대원을 파견하였다.
때는 겨울로 지롱드 강의 물살은 세었다. 또 밤에만 활동한 탓에 이들 10명 중 4명이 급류에 실종되었다.
드디어 6명이 함정에 도착, 폭파를 감행하려는 순간 그들은 발각돼 2명이 그 자리에서 사살되었다. 2명은 생포되었으며 나머지 2명은 스페인으로 탈출하였다.
그때 생포된 2명이 붙잡혀온 곳이 바로 현재 샤토 마뇰이 저장고로 사용하는 지하 벙커였다. 벙커는 바로 독일 해군 사령부였던 것이었다.
그들은 이틀 후에 석방되었는데 그들이 밖으로 나가자마자 총탄 세례를 받아 처절한 최후를 맞았다.
해마다 12월 22일이면 프랑스 정부는 샤토 마뇰에서 그들의 추모식을 열고 있다.
1999년에는 한 80대 노인이 참가했는데 그가 바로 스페인으로 탈출하여 생존한 2명의 영국군 특공대원 중 1명이었다.
지금 이 저장고는 1947년부터 매년 생산되는 프랑스의 가장 유명한 와인의 명품들을 저장하는 와인 박물관으로 쓰이고 있다.
젊은 병사들의 육신은 죽었지만 그들의 넋은 저장고에 저장된 최상의 와인들과 함께 살아 있는 셈이다.